스페인에 ‘성 빈첸시오의 물을 마셔라’ 라는 격언이 전해진다 합니다. 그 내역은 이렇습니다.
하루는 어떤 부인이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차서 성인 빈첸시오를 찾아와 걱정거리를 털어놓았습니다.
“이제 남편과 더 이상은 살지 못하겠습니다.
그의 신경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무슨 방도가 없을까요? 우리 가정이 다시 평화로워질 수 있는 방법 말입니다.”
조용히 생각에 잠기던 빈첸시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수도원 앞뜰에 우물이 있는데 문지기에게 그 물을 퍼 달라고 하십시오.
그리고 남편이 집에 돌아오거든 그 물을 얼른 한 모금 입에 머금으십시오. 하지만 삼켜서는 안됩니다.
그러면 차츰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부인은 시킨 대로하여 집으로 돌아 와서 저녁에 남편이 돌아오자마자 물을 한 모금 입에 물었습니다.
남편은 역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부인은 물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입을 꽉 다물었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행여 질세라 말대꾸를 했겠지만 그 날은 그렇게 싸우지 않고 지냈습니다.
그러기를 몇 차례 반복하는 동안 남편의 신경질은 차차 줄어들었고 부인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부인은 남편의 변한 태도에 반가워서 빈첸시오께 찾아가서 수도원 우물물이 이루어 준 기적이라고 칭송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빈첸시오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기적을 일으킨 것은 우물물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침묵이 남편을 부드럽게 한 것입니다.”
부인이 그 말의 참뜻을 깨닫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저 마냥 참으라고만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듯하여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 준 성인의 자비심이 있지요.
학교나 가정에서 지내다 보면 때로 짜증이 나고 신경질이 날 때가 있죠.
그런 때 어떻게 하겠어요. 얼른 도시락과 함께 챙겨 온 물을 마실 거예요. 아니면 수돗가에라도 달려갈 거예요.
그럼 물이 없을 때는 어떠하지요.
그 물은 바로 내 마음에 무한히 있어요.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을 누구나 다 갖고 있지요.
우리 각자의 마음입니다. 그 마음의 샘물을 퍼서 입에 머금으면 될 거예요.
이 말이 갖는 뜻은 잠깐 생각을 멈추라는 것이지요.
억지로 참으면 병이 될 수가 있지요.
다른 사람이 미울 때, 몹시 화가 날 때, 때로는 게을러질 때, 잠깐 멈추고 내 마음을 바라보세요.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아, 원래 모두를 사랑하는 내 마음에 미운 마음이 일어나고 있구나.’
‘아, 원래 여유 있는 내 마음에 서두르는 마음이 일어나고 있구나.’
‘아, 원래 부지런한 내 마음에 게으른 마음이 일어나고 있구나.’
내 마음이 그렇게 일어나고 있는 줄 알면 마음이 돌려지지요.
내 마음이 어찌 되는 줄도 모르니까 스스로 걷잡지 못하고 미워하고, 화내고, 게을러지고 하지요.
다른 사람을 볼 때도 마찬가지예요.
친구가 화를 내면 ‘아, 원래 여유 있는 친구 마음에 화내는 마음이 일어나서 저렇구나. 저 마음만 가라앉으면 괜찮아질 거야. 원래 좋은 친구였잖아.’
사람의 행실은 마음이 표현된 것일 뿐입니다.
그 사람의 마음에 따라 행실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지요.
그래서 마음공부를 하자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인격자가 되는 지름길이지요.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그런 인격자 말이에요.
도덕교육원장 나상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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