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다리가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 아들이 아버지와 등산에 나섰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계획을 했지만 그때마다 아들이 원하지 않았었습니다. 도전도 하기 전에 미리 포기하는 아들을 보며 아버지는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용기를 북돋아 아버지와 아들이 어울려 등산에 나섰습니다.
부자가 산에 오를 때,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주었습니다. 아들은 몇 번이나 중도에 포기를 하려 했지만 힘찬 격려와 박수를 받고 약한 마음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신체의 장애를 극복하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상이 그리 멀지 않다. 이제 조금만 가면 정상이다.”
산의 중턱에 이르기까지 아들은 넘어지고 또 넘어졌습니다. 온몸에 멍이 들고 피까지 흘렀지요. 그렇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마음은 조금씩 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쌓이는 고통을 서서히 극복하면서 산의 정상에 반드시 서야겠다고 아들이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정상인보다 시간이 더 걸렸지만 아들은 신체 장애를 극복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정상이 눈앞에 보였습니다. 손을 내밀면 손가락 끝에서 느껴질 정도였지요.
순간, 아버지가 아들 앞에 우뚝 가로막고 섰습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비켜 정상에 오르려 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얘야, 이제 그만 내려가자.”
주위에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산에 얼마나 힘들게 올라왔는데 정상을 눈앞에 두고 돌아서다니.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물었습니다.
“정상이 눈앞에 보이는데 왜 그냥 내려가자고 하십니까? 저 아이가 언제 다시 여기에 올 수 있겠어요?”
아버지가 그런 아들의 땀을 닦아주며 말했습니다.
“우리는 산에 오른 것이지. 정상을 찾아온 게 아니다. 네가 지금 정상에 서면 너는 산에 다시 오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가 바라는 것은 산에 오르려는 너의 강한 의지 뿐이야.”
부자가 함께 산에 오르는 장면을 떠올려 보면 손에 땀이 쥐어 지는 광경이지요.
마지막 부분에서는 입장을 서로 달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왕이면 정상까지 올라가 그 뿌듯한 성취감을 맛보게 하면 앞으로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이 틀렸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다만 산에 오르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 아들에게 그 의지력을 갖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아버지의 뜻을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장애인 친구가 산에 올라서 강한 의지력을 갖게 된 것은 누구의 도움이 있어서, 어떤 힘이 있어서였을까요?
끈질기게 설득한 아버지, 산에 오르내리며 격려해 준 등산객, 그리고 장애인도 차별하지 않고 수용해 준 산과 물, 자연(새들의 합창?) 등.
마지막으로 소중한 것은 그 모두를 받아들이며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오르게 하는 이 장애인의 마음이지요. 아버지와 많은 사람과 따뜻한 자연의 도움이 아무리 많이 있다 해도 그 마음에 올라야 하겠다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불가능할 거예요.
살아가다 보면 때로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그때마다 자신에게 크게 실망하여 자포자기하는 마음을 내게 되는데, 그때, 한 마음 돌이키어 다시 일으키는 용기와 희망이 필요하지요. 때로는 한번에 그 어려운 고비를 넘기지 못할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장애 아들이 계속 넘어지면서도 산에 오르고 또 오르듯, 또 하고 또 하면 결국은 이뤄지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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